[스포탈코리아] 꿈은 여러 가지 양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명예를 찾기 위해서, 또 어떤 사람은 부를 향해서 나아간다. 하지만 돈과 명예를 따르는 이들은 이내 넘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마음의 양식은 뭘까? 많은 이들은 행복과 즐거움을 꼽는다. 이영표도 이런 옛말을 즐겨 하지 않나.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21세의 어린 나이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소속의 볼턴 원더러스로 떠난 이청용도 행복을 좇는 젊은이다. 사람들은 이청용의 이른 성공에 찬사를 보내고 또 한편으로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만, 이 수줍음 많고 유쾌한 젊은이는 걱정이 없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볼턴으로 떠나며 “EPL에서 실패해도 인생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도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축구? 안되면 말고!”라고 특유의 웃음을 짓고 있다.
낯선 생활? ‘긍정의 힘’으로 즐긴다
- 볼턴으로 이적한 지 이제 두 달이 돼간다. 영국 생활은 어떤가?
새로운 문화와 생활에 적응하는 단계라서 그런지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다. (나이가 어린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 것보다는 좀 더 빨리 이런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뭐든지 빨리 경험한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차두리가 외국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동료들과 식사도 하고 어울리고 있나?
아직 동료들을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운동장에서는 말도 많이 하고 모두들 잘해준다. 몇몇 선수는 밥 먹자고 이야기는 했는데 약속을 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제 차츰차츰 만나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경기장에서 보니 감독을 비롯해 여러 선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데 영어 실력은 많이 늘었나? 그리고 감독의 지시는 잘 들리나?
랭귀지 스쿨에 다니고 있다. 한국 사람은 하나도 없고 중동 사람들이 많다. 아직 내가 볼턴 선수인지 아는 이들도 없다. 처음보다는 말이 잘 들리는데 아직 말하는 데는 두려움이 조금 있다. 사실 감독님의 말은 알아듣기가 힘들다. 워낙 빨리 말한다. (웃음)
-본격적으로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어렸을 때부터 프로에서 뛰었기 때문에 경쟁에는 익숙해졌겠지만, 타지인 만큼 더 힘들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이 아니고 친구들과 형들이 많았기 때문에 즐거웠다. 당시에 내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여기서도 다르지 않다. 항상 경쟁은 그런 것이다. 많이 나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될 수도 있다. 지성이형도 그랬듯이 잘 나갈 때가 있으면 못나갈 때도 있다. 그런 것이 휘둘리면 내게 좋지 않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게다가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축구? 아니면 말고!’
-볼턴행이 확정된 후에 영국으로 떠나면서도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다. ‘영국에서 실패하더라도 인생은 실패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까지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축구 선수를 평생 할 수 있다면 인생의 전부를 걸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설사 여기서 실패한다고 해도 나는 젊고 인생에서도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축구 하는 것이 본인의 인생관이자 인생의 동력인가?
항상 뭘 하든 즐겁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선택 받은 사람이고, 나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경기장에서 즐겁게 축구 하는 것이 나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박주영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즐겁지 않으면 축구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했는데, 본인은 어떤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여태까지 축구가 즐겁지 않은 적은 없었고, 계속 즐거울 것 같다. 항상 즐거운 것을 선택해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나카타는 그런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월드컵 결승전 보다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택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본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나는 월드컵을 택하겠다. 왜냐하면 같은 한국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면 재미있고 마음도 잘 맞기 때문이다. 뭐든 한국 선수들이랑 하는 게 더 즐겁다. 여기서 말도 통하지 않고 스타일도 다른 선수들과 뛰다 보니 예전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절감하고 있다. 여기서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빨리 되지 않는 것 같다.(웃음)
-조금 더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자.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 두 번의 큰 모험을 감행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것도 그렇고, 자신과 스타일이 많이 다른 볼턴을 택한 것도 그렇다. 그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뭐였나?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큰 도박이고 모험이라 생각하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있으면 실패를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존감이 중요한 것 같다. 항상 ‘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도전했다. 그리고 속으로 항상 ‘축구?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을 가졌다. 항상 뭐든 할 수 있고,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FC서울에서나 볼턴에 와서도 쉽사리 주눅들지 않는 것도 자신감에 기인한 것인가?
잘한다는 선수들을 만나도 생각보다 대단하지는 않다. 사람은 다 똑 같다. 물론 스티븐 제라드나 리오 퍼디난드처럼 정말 잘하는 선수도 있다.(웃음) 그래도 겁먹으면 안 된다. ‘우리는 왜 저렇게 못할까.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대일 능력 키우는 게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영국 무대에서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뭔가?
경기장에서 자신감을 많이 높여야 할 것 같다. 마음에 맞는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혼자 힘으로 부딪히지 않아도 되지만, 아무래도 여기선 1대1 능력이 절실하다.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신체적인 능력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몸싸움을 위한 것은 아니다. 축구에서 몸싸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여기에 있으면서 눈에 띌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다 보면 차차 요령이 생길 것 같다. (박)주영이형처럼 기량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기에 많이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힘들어도 이 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각오를 하고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축구를 중심에 두고 자는 것이나 먹는 것이나 모든 것을 맞출 것이다. 그러면 컨디션 조절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말 마지막 질문이다. 일단 첫 번째 꿈은 이뤘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높은 자리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꿈 너머의 꿈은 뭔가?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범하고 행복하게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축구 할 때 열심히 벌어서 행복한 가정 꾸리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인 것 같다.
인터뷰=류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