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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경제 이야기

다섯 가지 이슈로 풀어본 자본시장통합법

by forzalazio 2009. 10. 23.

다섯 가지 이슈로 풀어본 자본시장통합법
한 명 상담에 50분…갈 길 멀다

2월 4일,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등 임직원들은 거리로 나와 홍보물을 나눠주며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지점에서는 오전 일찍부터 설문 견본을 마련해 새로운 제도 변화에 대비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금융가의 모습이다. 자본시장법은 증권, 자산운용, 선물, 종금, 신탁 등의 금융 벽을 모두 허물었다. 금융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그렇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피부로 느낄 만큼 적지 않게 바뀐다. 당장 펀드 가입부터 설렁설렁 끝내기가 힘들어진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파생상품들도 곧 만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이 가져다 줄 변화를 다섯 가지 질문으로 풀어봤다.

1. 펀드 가입 어떻게 바뀌나
투자자 성향 따져 권유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4일, 여의도 A은행. 펀드 가입창구는 한산했다. 한 고객이 들어오더니 펀드 가입 절차를 물었다. 마지막 최종 사인을 끝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53여분. 10분 이내면 끝낼 수 있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 증권사의 모의실험 결과, 투자상담을 받고 펀드에 가입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50분으로 나왔다. 펀드 하나를 가입하려 해도 많게는 서너 종류의 문서를 받아 읽고, 쓰고, 서명해야 하기 때문. 단순히 정기예금이나 가입하러 온 고객에게 막무가내식으로 주식형 펀드를 권하는 등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른바 불완전판매를 차단하자는 취지다.

투자자가 할 일도 많다. 펀드 가입 첫걸음은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일이다.

확인서는 투자 가능 시간, 투자 경험, 전체 금융자산 중 투자자금 비중, 원금 손실 감내 수준 등이 담겼다. 답한 내용에 따라 투자자는 안정형·안정추구형·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공격투자형 등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은행 예금·적금 수준의 수익률만 기대하는 정도라면 안정형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그만큼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투자자는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된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투자자 10명 가운데 6명은 안정형에 속한다.

투자자 등급이 매겨지면 판매사가 권유하는 펀드도 달라진다.

증권업협회가 만든 ‘표준안’에 따르면 위험중립형 이하의 투자자에게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형 펀드 투자를 권유할 수 없다.

주식워런트증권(ELW)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투자형 투자자에게만 권유한다.

파생상품은 원칙적으로 65세 이상에 파생상품 투자경험이 1년 미만일 때는 권유가 금지된다.

펀드 상품은 투자 위험도에 따라 무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의 5단계로 나뉜다.

한 명 상담에 50분 이상

그렇다면 안정형 성향의 투자자가 위험 상품에 아예 투자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다만 ‘본인이 모든 위험을 감수한다’는 확인서에 서명해야 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상담이 보다 자세해졌고 투자자 보호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투자성향 조사 결과가 본인과는 맞지 않는다며 의아해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의도에서 펀드를 가입하려고 온 50대 남성은 “투자성향을 보니 채권형 등 안정적인 것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며 “확인서를 쓰더라도 주식형을 택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판매사 쪽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펀드 판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공통된 불만이다. 2월 4일 첫날 영업에 나선 한 창구 직원은 “한 사람에게 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데 1시간이 걸려 고작 3명을 상담하는 데 그쳤다”며 “펀드 영업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판매사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펀드를 권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행 첫날인 4일, 각 판매사의 창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5명 정도 상담을 받았을 뿐 실제로 가입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자본시장법이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영업에는 방해가 될 정도”라며 “어느 정도 홍보가 이뤄지고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본격적으로 펀드영업이 가능할 듯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정보 확인서를 작성해 금융회사에 개인정보를 노출하기 싫다면 펀드 가입이 어려울까. 가입할 수 있다. 확인서 작성을 생략하고 해당 펀드 가입 의사를 밝히면 된다.

다만 직원으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을 수는 없다. 또 역시 위험을 감수한다는 내용에는 서명해야 한다.

2. 투자자 분쟁조정 쉬워질까
분쟁 숫자는 줄어들 듯

지난해 금융가를 사로잡았던 이슈가 바로 투자자와 판매사 간의 분쟁이었다. 판매사들이 제대로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었다. 금감원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3122건이었다. 109건이었던 2007년에 비해 3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불완전판매’ 분쟁이었다. 그러나 입증 책임은 대체로 투자자에게 있다.

그러나 업체는 서류를 물증으로, 투자자는 정황을 심증으로 제시해 조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의 간접투자자산운용법 아래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다면 자본시장법 아래에서는 어떨까.

아무래도 분쟁 소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판매 단계에서부터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어서다.

또 불완전판매 여부의 입증 책임을 금융기관이 져야 하고 불완전판매 사실이 인정되면 손실 추정액 전부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돼 있다.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분쟁의 수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자본시장법에서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혼란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소송에서 이길 것이라고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자본시장법이 의무화하고 있는 △고객 파악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 권유 △상품의 내용과 위험에 대한 설명 등은 주요 금융사들이 이미 시행 중이다.

대법원 판례에도 이 원칙의 준수 여부를 따지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자신의 의무 준수 여부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전화 녹취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불완전판매 입증 여전히 어려워

때문에 자본시장법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의 책임이 드러나도 보상 문제로 재판이 계속 지지부진한 ‘파워인컴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파워인컴 사태는 지난해 파워인컴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우리은행 등의 불완전판매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100% 손실을 상환한다고 돼 있지만 법정에서는 칼로 물 베듯 판결이 나오기 어려워 대부분 책임을 나눈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 분쟁조정실의 실무자도 “의무 불이행에 대한 위험도를 높여 경각심을 줄 수는 있겠지만 100% 업체의 잘못을 입증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손을 들어주는 관행과 법원의 투자자 보호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특히 키코(KIKO)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과 법원이 보여준 태도는 기대치를 크게 낮췄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간접투자상품이 자리잡기 전까지 불완전판매 소송이 봇물을 이뤘다”며 “자본시장법 초기에는 투자자와 판매사 간의 갈등은 여전할 수 있다. 분쟁에 관한 판례가 계속 쌓여가면서 해결 방식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 어떤 상품들이 쏟아지나
이론상 제약 없어 파생상품 전성시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가장 달라지는 점이 상품 종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은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사전에 법에 명시하는 이른바 열거주의를 택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은 국채·지방채·주식·수익증권 등 21개, 파생상품은 유가증권·통화·일반상품·신용위험 등 4가지로 제한돼 있어, 금융 회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 수가 없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포괄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투자성(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기만 하면 제한 없이 신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파생상품의 기초자산범위도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 날씨나 온도, 이산화탄소 배출권, 범죄발생률, 거시경제 변수 등과 연계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개인 투자자들도 탄소 배출권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금은 펀드의 자산편입비율이 엄격히 제한돼 증권펀드는 증권을 50% 이상, 부동산펀드는 부동산을 50% 이상 편입해야 했다. 광산, 임산물 등에 투자하는 실물펀드는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이젠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예컨대 ‘석유+부동산’ ‘농산물+주식’식의 혼합펀드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자산운용사가 아이디어와 능력만 있다면, 별의별 기상천외한 투자상품이나 펀드를 수없이 개발해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상장지수펀드 출시 예정

가깝게 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주가지수가 떨어져야 오히려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상장지수펀드(ETF, 잠깐용어 참조) 상품이 선보인다. 또 주가지수가 두 배로 오를 때 수익률이 10배나 뛰지만 거꾸로 손실 위험도 큰 이른바 ‘레버리지형 ETF’도 곧 등장한다.

한국거래소(옛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각 운용사와 증권사들에서 상품 출시 계획안을 받아 보니, 5곳이 다양한 ETF 상품 계획안을 제출했다. 또 자본시장법이 새롭게 규정하는 헤지펀드는 기존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등도 새롭게 뛰어든다.

4. 글로벌 IB 탄생할 수 있나
토대는 마련, 아직은 먼 길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기존의 증권, 자산운용, 선물, 부동산투자, 선박운용, 신탁회사들은 ‘금융투자회사’란 이름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법제상 가능하단 얘기다. 현실은 정부의 뜻과 요원하다.

기존 증권, 자산운용사들이 종합 금융사로 발돋움할 가능성부터 제한적이다.

우선 사업 영역마다 치열한 경쟁구도로 신규 진입자들의 시장 진입이나 안착이 쉽지 않다. 각 금융투자회사들은 이미 이를 간파, 6개 주요 업무영역 중 각 사에 필요한 업무를 차별적으로 먼저 시작해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을 짜고 있다.

현금력을 갖춘 기업에 인수합병(M&A)돼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KB국민은행(KB투자증권), 현대자동차(HMC투자증권), 현대중공업(HI투자증권) 등 인수 주체가 될 만한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을 한 상황이다.

참고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핵심은 첫째 폭넓은 투자처, 둘째 금융 노하우, 셋째 자본규모 등 3개 요소다.

실제 미국·유럽·호주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 투자은행들 역시 세계 2위 규모의 자국 경제를 바탕으로 대형화로 성공했다.

이들은 금융산업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투자성과(트랙레코드)도 뛰어나다. 투자성과가 남다르다 보니 자본규모도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국내 증권사들은 자본규모부터 미미하다. 금융시장 투자 노하우도 부족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도움과 함께 개별 기업들 스스로 자본을 적극적으로 모아 투자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급결제기능 화두

금융투자업자들이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이 기존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개편되면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상품 기획 기반이 마련되긴 했다.

하지만 투자자보호제도가 강화돼 상품 개발에 이전보다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단기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증권사들이 은행권과의 의견 차이로 은행금융결제망(BOK-Wire) 가입 시기나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도 문제다. 증권사들이 지급결제기능을 갖게 되면 고객 확보 측면에서 수혜를 보게 된다.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도 증가로 이어져 증권사 영업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발효에도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힘든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자본시장법 도입이라는 제도적 변화는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경쟁력을 마련할 토대에 불과하다. 법 토대만 마련됐다고 갑자기 국내에 없던 글로벌 수준의 IB가 탄생하기는 어렵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선진화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품개발역량을 기르고 기업금융업무 차원에서의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한다.

또 국외 진출을 통한 수익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5. 국외 사례로 본 자본시장법 이후 증권업 주가
법 시행 뒤 호주 증권업 주가 급상승

자본시장법으로 가장 변화가 예상되는 산업은 증권업이다. 그렇다면 증권업 주가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이후 증권업에 대한 변화의 그림들이 막연하기만 하다.

최근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몰락하면서 증권업 자체에 대한 우려감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업의 구도재편이나 수익모델 등에서 특별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가장 많이 벤치마크했던 호주의 사례를 보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성싶다.

자본시장 발전 기여

국내 자본시장법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호주 사례다. 미국이나 영국은 은행·증권·보험 등 전체 금융업을 통합하는 모델이지만 호주는 국내 시장과 유사하게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금융통합모델이 제시됐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전후의 변화를 보기 위해 호주 사례를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것이다.

호주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최대 금융센터를 목표로 통합법인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을 2001년 9월에 제정하고 2002년 3월에 시행했다.

FSRA의 도입으로 호주 금융시장의 위상을 대폭 높였다. 세계 4위 규모의 연금자산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에 시드니선물거래소와 합병한 호주증권거래소는 세계 거래소 순위의 9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변화를 점검해보면 97년에 약 호주달러 4500억달러에 지나지 않던 자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2006년 12월 말 현재 1조4000억달러로 증가했고, 상장된 자국 기업 수도 급격히 늘어 97년에 50% 남짓했던 자국사 비중이 2005년에는 80% 이상으로 늘어났다. 주식시장이 산업 및 기업에 안정적인 직접자금조달 제공처가 되면서 자본시장이 큰 폭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FSRA가 입법된 전후(2001년 기준)의 자본시장의 변화를 점검해 보면 2000년 주식거래대금은 호주달러 3906억달러였으나 2005년에는 127%가 증가한 8865억달러로 커졌으며, 이 기간에 호주 기업의 상장기업 수도 401개나 증가했다. 한편 채권발행규모도 71%, 파생상품 거래규모도 94%가 증가했다. 따라서 자본시장은 입법 전에서부터 5년 만에 거의 배가 증가한 셈이다. 금융업종의 전체 시가총액 비중이 90년대 초반 약 18%에서 2006년 말 현재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면서 시장보다도 증권업종 지수가 141%나 더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자본시장이 확대되면서 증권업이 자본시장 통합의 최대 수혜자였던 것이다.

따라서 자본시장법 시행을 굳이 부정적으로 보거나 폄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금융산업에서 자본시장을 좀 더 키워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투자은행업을 지향하는 증권사들에게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펀드 등급 혼선]

■ 같은 펀드인데 위험등급은 판매사별로 제각각

자본시장통합법 아래에서 판매사들은 펀드마다 펀드 위험등급을 설정해 이를 기준으로 투자를 권유한다.

그런데 판매사가 임의로 펀드 등급을 매긴다는 점에서 혼선이 예고된다. 같은 펀드라고 하더라도 해석에 따라 판매사별로 다른 등급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4조원 이상이 팔린 인사이트펀드에 대해 미래에셋은 5등급(초고위험)을 책정했다. 반면 대우, 한국투자, 동양종금증권 등은 4등급(고위험)을 매겼다.

현대증권은 이보다도 안정적 등급인 3등급(중위험)을 매겼다.

대표적인 중국펀드들도 등급이 다르다. ‘봉쥬르차이나’의 경우 삼성·미래에셋·대우증권이 5등급을 매겼지만, 한국투자증권이나 동양종금증권은 4등급으로 다소 완화했다.

브릭스펀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슈로더브릭스’도 판매사별로 등급이 다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를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위험 상품을 권하기가 어렵다. 특히 5등급 상품의 경우는 판매가 굉장히 까다롭다. 투자를 권유하려면 투자자가 공격투자자급인 5단계를 받아야 한다. 이는 20~40대 투자가로서 3년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금융 관련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등급과 5등급은 한 등급 차이지만 판매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천지 차이”라며 “주식형 펀드의 펀드 위험등급은 4등급이 가장 낮은 등급이라 4등급을 다 적용하면 사실상 모든 주식형 펀드를 팔 수 있겠지만 5등급인 경우는 굉장히 까다롭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많은 증권사들이 4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매기고 있는 실정이다. 위험등급 5등급으로 분류된 ‘원금 비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듯 보인다. 은행권도 펀드 위험등급이 은행마다 다르게 적용될 듯 보인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펀드 등급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로부터 펀드 등급을 받아 적용할 계획인데 운용사들의 펀드 등급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같은 펀드라도 판매사, 운용사마다 등급이 달라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오는 5월 초까지 만들어 업계에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깐용어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특정 주가지수 변동률에 연동해 수익을 지급하는 펀드다. 일반적인 인덱스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명순영 기자 / 유송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93호(09.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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