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야구에 관한 잡담..
D - 16
월드컵이 약 2주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SBS 단독 중계 때문인지 지난 다른 대회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느낌인데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과 출정식, 이번 한일전을 시작으로 서서히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를 꼽으라면 십중팔구 남자국가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꼽을 텐데요. 비단 월드컵 뿐만 아니라 아시안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청소년 대표팀 경기 등 각급 남자 축구대표팀의 경기, 심지어 평가전까지 항상 비상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축구팬의 입장에서, 더 정확하게는 K리그 팬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한국은 프로야구의 나라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혹자는 2002년 거리로 쏟아진 수백만의 인파를 보라! 2006년 거리 응원의 열기를 보고도 그런말을 하겠느냐 하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냉정하게 월드컵의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축구 자체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구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축구는 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공 하나면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간편함과,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뛰고 상대방과 몸을 부딪히는 지극히 원초적인 스포츠라는 매력에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축구는 너무나 대중적인 스포츠입니다. 대한민국 남자치고 축구 한번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초중고교 시절 점심시간 운동장은 동시에 몇 게임이 치뤄질 정도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로 바글바글 했습니다. 대한민국 성인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갔다오는 군대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위상은 머 상상을 초월하죠. 수많은 조기 축구회가 있고 사내 축구대회 등등 생활 스포츠로서의 축구가 가지는 위치는 대단하지만 안타깝게도 관전 스포츠의 일인자 자리는 프로야구의 차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는 출범 이래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을까요? 분명 프로야구도 침체기가 있었고 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몇년간 그야말로 중흥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축구도 좋아하지만 한편 으로는 야구팬의 입장에서 볼때 WBC 준우승 (믾은 비판을 받는 대회이고 일본과 몇 차례나 시합을 하는 웃지 못할 대회 운영을 보여준 질 떨어지는 대회라고 생각합니다만..)과 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연이은 성과를 올린 것과,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롯데 기아 엘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엘롯기죠 ㅋ 이런 꼴등만 하던 엘롯기 였는데 3시즌 연속 꼴등하던 롯데가 슬금슬금 포스트시즌에 진출 하고 작년 시즌 기아가 마침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버리면서 그동안 관심을 끊고 숨어있던 팬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우르르 떠오른게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축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볼때는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리그가 K리그인데 말이죠. 그런데 곰곰히 생각을 해 보면 프로야구가 프로축구에 비해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부분이 몇가지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평소 생각해 봤던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경기 내외적인 부분의 차이에 관하여 몇가지 끄적여 볼까 합니다. 서로간의 차이는 골수팬들보다 새로 유입되는 팬들이 이들을 접하는 관점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는 축구에 미쳐있는 사람이자 (축구를 사랑하고 K리그를 좋아하지만 아직 마음을 다 바칠 팀은 없는 불쌍한 상태 ㅜ) 프로야구 타이거즈 골수팬임을 밝힙니다.
# 이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글로 다소 사실관계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K리그는 지금 걸음마 중
야구는 프로출범 이전에 고교야구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프로출범 이후에도 경상도 지방의 롯데와 삼성, 전라도의 해태 사이의 지역 감정을 타고 큰 인기를 누려 왔습니다. 연고 정착도 잘 됐죠. 아마 91년 이후 8개 구단 체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간 중간 팀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팀의 이름은 변해도 지역을 옮긴 예는 드뭅니다. SK와 넥센은 선수단을 승계하고 새로이 창단 하는 형식으로 지역을 옮겼기 때문에 프로축구 구단의 연고 이전과는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프로축구의 역사는 참 말하기가 애매모호 한 것 같습니다. 길다면 긴 역사를 가지고 있겠습니다만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고 안정적으로 리그가 운영되기 시작한게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K리그 15개 구단중 90년 이전에 창단돼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구단을 살펴보니 부산(대우 로얄즈) GS(럭키금성) 울산(현대) SK(유공) 포항(포항제철) 성남(일화) 이 있네요. 나머지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팀들은 비교적 어린 구단들입니다. 그렇다면 20살 이상의 나이를 먹은 구단들은 지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나 살펴보면.... 일단 폭풍처럼 흘러내리는 눈물부터 닦아 내고 이야기를 계속 해야 겠네요 ㅜㅜ
위에서 언급한 20살 이상의 구단중 그나마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울산과 포항 정도입니다. 부산 팬들에게 죄송하지만 로얄즈의 몰락과 함께 부산에서 축구는 끝없이 추락해 버렸습니다 ㅜ 더구나 구덕을 버리고 아시아드로 이사를 감으로써 축구 도시로서의 부산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축구팬으로써 로얄즈의 몰락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죠.. 누가 머래도 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은 부산 대우 로얄즈였으니까요.
상암팀의 역사야 더 말할 필요가 없죠. 그들은 서울로의 연고 복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충청도에서 시작한 럭키금성의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가야하니 정당화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상암팀은 SK팀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한때 그들이 머물던 서울로 돌아간 것이니까요. 그런데 SK는 이건 머 양아치가 조직을 들어 나라에 바치는것도 아니고 구단을 통채로 들어 하룻밤 사이에 제주도에 바쳐 버렸으니.. ㅡㅡ 물론 강성길이라는 희대의 개그맨이 있었고 그룹에서 축구단 운영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탄천종합운동장을 보면 늘 가슴이 아픈 성남도 배경이 통일교라는 핸디캡이 있고 상암이나 SK에 비해 언급이 적고 면죄부를 받는 분위기지만 분명히 천안에서 성남으로 연고지를 옮겼습니다.
한국 프로 축구의 역사를 표현하기에 우왕좌왕, 갈망질팡 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출범부터 연고지의 개념을 배제 하고 투어 형식으로 여러 도시에서 리그를 운영했죠. 그 후에도 광역 연고를 채택했다가 도시 연고를 채택하고 수도권 공동화 정책으로 서울의 세개 구단을 강제로 지방으로 쫒아내는 등등. K리그 구단은 유랑단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연고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도시에서 프로경기가 열렸었고 모든 경기를 홈경기장에서 치르게 된 것이 불과 몇년전 이었으니까요..
꼬꼬마 시절이라 언제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유공 코끼리 축구단과 아마 럭키금성으로 기억하는데 (워낙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고향인 전라남도 순천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축구가 좋아 친구들과 멋모르고 가서 구경 하기는 했는데 도대체 그 팀들이 어느 지역의 팀인지도 몰랐고 어떤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고 마냥 축구가 좋아 재미있게만 보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에 반해 당시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에 있는 전라도의 야구단, 우리는 해태를 응원해야 한다는 개념이 철없는 꼬꼬마 시절부터 확실히 각인돼 있었고 타이거즈 선수들도 줄줄 꿰고 있었습니다.
프로축구가 출범부터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유랑단의 이미지를 벗고 제대로 된 연고 정착의 개념이 확립된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신생 구단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구요. 20년 이상 안정된 체제에서 자리를 잡아온 프로야구 구단들에 비해 팬 층이 얇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단적인 예로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타이거즈와 계획대로라면 내년 부터 시작하게 되는 갓 태어난 아기와도 같을 광주시민구단이 똑같은 인기를 누리기를 바라는건 무리가 있잖아요.
K리그는 이제 막 제대로 커가고 있는 젊은 리그이고 리그에는 아직 어린 팀이 많습니다. 이제 한발 한발 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힘차게 뛰어 다닐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 대전시티즌과 한화이글스
K리그의 원정팬 하면 해당 지역에서 버스 등을 타고 원정 경기를 떠나는 서포터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축구장에 가거나 혹은 중계방송을 보면 원정팀 응원단은 서포터 중심의 굉장히 소수인원입니다. 상암, 수원, 인천 처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경우 상당수의 원정팬이 보이지만요.
야구는 원정팬 하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원정팀의 팬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가장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가 원정 지역에 있는 원정 팀의 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잠실의 경우 도대체 여기가 누구네 홈구장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원정 팀의 팬이 있습니다. 기아의 경우 잠실이 실질적인 홈구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런데 가만 보면 기아, 롯데같은 전국구 인기 구단 뿐만 아니라 8개 구단 모두 원정을 떠나면 상당수의 원정팬이 3루쪽 관중석을 매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야구가 8개 구단 체제로 20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팬층이 굉장히 두터워 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호남의 팬들이 서울 경기 지방으로 이주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 말고도 다른 한가지 이유를 생각을 해봤습니다. 보통 야구 구단과 축구 구단을 부르는 데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명과 지역명이 그것이지요. 타이거즈가 광주, 자이언츠가 부산, 이글스가 대전을 연고지로 삼고 있지만 보통 기아 롯데 한화로 부르죠. K리그 구단은 연고지역의 이름을 따 수원, 포항, 대전 이라고 부릅니다.
가령 기아 타이거즈가 광주 타이거즈 혹은 전남 타이거즈라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쉽게 타이거즈의 팬이 될수 있었을까요?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울릉도에 거주하시는 분이 야구와 축구에 대한 호불호는 제외하고 똑같이 대전 연고인 한화 이글스와 대전 시티즌중 어느 팀을 더 받아들이기가 쉬울까요? 지역명인 대전이 붙은 시티즌보다 기업명 한화가 붙은 이글스가 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해 봐도 서울에 살면서 우리 한화가 우리 기아가 우리 롯데가 하는 것은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만 우리 경남이 우리 전북이 우리 대전이 하는 것은 조금 어색해 보이긴 합니다.
저는 프로야구가 전국적인 인기를 누릴수 있는 이유중에 팀 이름으로 기업명을 사용하는 것이 무시 못할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역을 팀 이름으로 쓰고 있는 K리그가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죠. 지역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우리팀 이라는 인식을 더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그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죠. 프로야구처럼 조금 과장해서 홈팀 관중 반, 원정팀 관중 반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은 홈팀 관중과 소수의 원정팀 관중이 있는 축구경기장. 지역과 하나가 되는 구단, 내 고향의 이름이 붙은 우리들만의 구단이 되는 것입니다.
몇몇 구단을 제외하고 그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냉정히 그 몇몇 구단도 지역의 절대적 지지라기 보다는 k리그의 인기팀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만요..) 상황이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생각 합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리그의 구단들은 아직 어리고 지역과 하나가 되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이니까요.
3. 응원문화, 관전문화
경기를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 입니다. 조용히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뛰며 팀을 응원하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울려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스포츠에 대입해 보자면 어울려 응원하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대학시절 연고전이나 축제기간 노천극장에서 아카라카가 있을 때 정말 내가 미쳤나 싶을 정도로 친구들과 어깨동무 하며 몇 시간씩 쉬지 않고 뛰면서 응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나 초대가수의 공연보다 모두가 함께 하는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요즘 야구장을 보면 그런 분위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지요.
프로야구는 치어리더와 장내 방송으로 응원을 유도 합니다. 프로야구 응원은 따라하기가 쉽습니다. 선수를 외치는 구호가 8개 구단이 거의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박수로 짝짞 짝짞짞 이종범 안타~(한번이라도 프로야구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어떤 건지 아실듯) 뭐 이런 식이죠. 선수 이름이 들어간 노래도 매우 잘 알려져 있는 노래나 최근 유행하는 유행가 가사를 살짝 바꾸고 선수 이름을 집어넣는 식입니다. 알고 있는 친숙한 멜로디라 따라 하기도 쉽습니다. 이러한 단순하고 따라하기 쉬운 구호 내지는 응원가가 두 세시간 동안 계속 됩니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에 있는 대부분의 관중이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응원하는 재미에 찾는 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합니다. 이것은 얼마전 친구와의 전화통화 내용입니다.
"XX야 내일 야구장이나 가자~"
"오~ 갑자기 왠 야구장 ㅋ 너 야구 좋아해??"
"아니 별로"
"근데 왜 야구장이야 ㅋ"
"응원하는게 재미있자나 ㅋ"
야구를 좋아해서 가는 분들도 많겠지만 야구 경기 자체보다 응원이 재미 있어서 야구장에 가는 분들도 많고 결국 그들이 야구팬이 되는 것이죠.
프로축구 경기장의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경기 내내 노래하며 광적으로 응원을 하는 N석 S석으로 대표되는 서포터와 W E석의 앉아서 상대적으로 조용히 관전하는 관객으로 분리된 느낌이 납니다. 지인을 데리고 K리그 경기장을 찾으면 늘 하는 말이 서포터들의 응원은 멋있고 열정이 넘쳐 보인다고 합니다. 같이 하는 응원이 아니라 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응원이라는 것이죠. 프로팀 경기에서 서포터가 부르는 노래는 참 열광적이고 멋있습니다. 하지만 친숙하지가 않고 따라 부르기 쉽지 만은 않습니다. 선수 개개인을 응원 하는 응원가도 조금은 낯섭니다.
하지만 서포터의 멋들어진 응원 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W E 석의 관중들도 뜨거운 마음으로 구단을 응원하는, 축구를 즐기는 마음은 한가지니까요. 그들 나름의 경기를 즐기는 방식이고 이 또한 정답이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함께 어울려 어깨동무 하며 응원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축구장에 가면 그것보다는 경기 자체를 조금 더 집중해서 보고 싶습니다. 좋은 플레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죠 (경기장 가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다소 박수쳐주는 것에 인색하다는 것입니다ㅜ) 골 찬스에서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고 골이 터지면 미친듯이 환호 아쉽게 빗나가면 탄식합니다. 그리고 좋은 플레이에 대하여 박수로 화답해 줍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빅버드를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특히 지난 10라운드 수원과 울산과의 경기장 분위기는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완벽한 홈팀의 경기 그 자체였죠! 그랑블루는 언제나처럼 열광적인 응원을, E W석 관중들은 수원의 경기에 하나가 돼서 아낌없는 박수와 야유 환호 그리고 탄식. 서로 응원 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이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 관중이 서포터화 돼서 뜨거운 응원을 펼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소름이 끼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죠. 서포터처럼 경기내내 서서 노래하는 것도, 않아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동화되는 것도 스스로 만족한다면 최고의 응원 방법입니다. 그런데 K리그 경기장의 관중석 분위기가 조금은 겉도는 것 같고 서로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경기중 한번씩 모든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써포터와 우리,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감이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 구단의 이름을 혹은 우리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구호나 간단하고 쉬운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식으로 말이죠.
다시한번 관전하는 응원 문화는 어떤게 정답이다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이 소외됐다는,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하나가 돼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경기장에 있는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 말이죠!
4. K리그는 재미가 없다?!
K리그를 무시하는 이들은 K리그는 수준이 떨어진다,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야구는 수준이 굉장히 높고 재미가 있을까요? 선수들의 경기력이 경기의 재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들 보다 한단계 정도 낮은 선수들이 모여 있다고 가정했을때 그들이 펼치는 경기의 재미는 어느 정도나 차이가 있을까요? 팀에 대한 감정 이입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경기의 재미 자체 만을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의견이 갈리겠지만 전 야구는 선수들의 수준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 재미있는 경기가 가능 하다는 입장입니다. 가령 투수들의 수준이 낮다면 활발한 타격전으로 많은 점수가 나서 재미있는 경기가 가능하고 타자들의 수준이 낮다면 투수전으로 포장돼서 나름의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가능합니다. 어의없는 수비 실수가 연발하더라도 이는 점수와 연결이 되고 점수가 많이 나면 관객들은 즐거워 합니다.
그렇다면 축구는 어떨까요? 축구는 선수들의 기량이 낮다면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질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낮으면 기본적으로 패스플레이 자체가 어려워지고, 트래핑미스 패스미스 등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굉장히 자주 끊기게 됩니다. 축구는 야구와 달리 흐름이 자주 끊기면 경기 자체가 루즈해지고 지루해집니다. 리그 경기를 보다보면 일부 심판들이 끊임없이 불어대는 휘슬 소리에 진절머리가 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물론 팀에 감정 이입을 하고 본다면 이런 루즈한 경기도 팀의 승패와 연결되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지고 볼수 있지만 관련없는 제3자의 입장에서 순수하게 경기 자체만을 본다면 그저그런 재미없고 졸린 경기가 돼버리고 말죠.
프로야구도 지금 K리그가 격고 있는 것처럼 리그가 무시당하는 일을 똑같이 격었습니다. 한때 박찬호 선수의 활약으로 MLB열풍이 일었었죠. 너무나도 아름다운 구장에서 펼쳐지는 MLB 최고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다가 국내리그를 바라봤을때 경기장,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너무나 초라해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광풍은 잠잠해 졌고 국내리그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축구도 유럽축구는 한때 사진으로만 바라보던 꿈의 무대였습니다. 어린시절 스타티비에서 중계해 주던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면서 저곳은 우리랑은 전혀 상관없는 잡히지 않는 꿈의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선수가 그런 무대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안정환 선수가 세리에A 에 진출했을 때도 문자 중계에 의존해 경기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었습니다. 유럽축구는 우리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의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PSV에 진출 하고 네덜란드 리그가 티비를 통해 중계 되고,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 리그가 중계 되고, 결정적으로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EPL에 진출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매주 TV를 통해 지켜 보면서 해외축구 광풍이 불었고 축구 팬의 눈높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EPL, 세리에A, 라리가 에 맞춰지게 됐습니다. 국내 리그는 무시 받았고 어떻게 보면 몇해전 MLB 열풍에 무시 당하던 프로야구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K리그 경기가 정말 재미가 없을까요?
소위 유럽 빅리그 상위권 팀의 경기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마치 게임에서나 볼법한 플레이에 90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라도 중하위권 팀들의 경기를 보고있으면 마냥 찬양 일색 일 수는 없습니다. 박주영, 이청용 선수가 있어서 자주 보게 되는 볼튼, 모나코의 경기를 예로 들어보면 어쩌다 한번 로또 터진 몇몇 경기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눈이 썩어들어가는 재미없는 뻥축구로 일관합니다.
물론 K리그도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재미 없는 경기는 진짜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경기를 보여주는 팀들도 아주 많습니다. 올시즌은 SK나 경남, 성남의 경기를 자신있게 권해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재미 있는 경기를 펼치는 팀들입니다.
유럽의 빅리그와 K리그 사이의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준 차이가 경기의 재미에 미치는 영향은 축구가 훨씬 큰 편이구요.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맨유, 첼시의 경기와 K리그 팀들의 경기력 자체를 비교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쯤 K리그는 재미없어 라는 편견을 버리고 리그 경기를 본다면 의외로 K리그가 굉장히 매력적인 경기를 펼치는 리그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5. SBS BASEBALL, KBSN BASEBALL, MBC BASEBALL ESPN
어찌보면 작금의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위상이 차이가 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미디어의 편향된 태도일 것입니다.
프로축구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정도는 가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케이블 티비에서는 매일 그날 그날의 프로야구를 정리하는 프로그램이 방송 됩니다. 그것도 SBS스포츠, KBSN, MBC ESPN 세개 캐이블 채널에서 방송을 합니다. 평상시에도 프로야구 재방송,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재방송, 사회인 야구, 대학 야구, 고교 야구, 하다못해 천하무적야구단의 경기도 매일 수시로 방송이 됩니다. 그에 반해 케이블에서 축구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종종 유럽축구 재방송 혹은 하이라이트 방송이 있을뿐 K리그 관련된 방송은 거의 본 기억이 없네요. 리그 관련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일주일에 한번 12시가 넘어서 방송 되는 KBS 비바K리그가 전부입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나 김연아 선수의 우승소식, 국내 선수의 PGA, LPGA 우승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스포츠뉴스 헤드라인은 그날의 프로야구 소식입니다. K리그는 2순위 아니면 3순위, 단신처리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지난 AFC 챔피언스리그 포항과 전북이 각각 가시마와 애들레이드를 꺽고 동아시아에 배분된 4장의 8강 티켓을 모조리 거머쥔 역사적인 날 KBS 스포츠 뉴스에서 포항의 AFC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소식을 10초 가량 단신 처리한 부분은 언론 매체에서 차지하는 K리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생각돼 참 씁쓸했습니다.
중계방송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죠. 최근 리그 경기 중계 빈도가 늘어나 고무적이라고 하지만 많은 리그팬들이 아시는바 대로 프로야구 시간대와 겹치지 않는 것이 최대 이유이고 월드컵 효과가 살짝 가미된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SBS와 월드컵 공동 중계에 실패한 MBC와 KBS는 K리그에 그나마 있던 눈꼽만큼의 관심조차 버려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월드컵 단독 중계를 하게 될 SBS가 K리그를 배려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결국 방송사들에게 K리그는 월드컵과 함께 하는 1 + 1 행사의 사은품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행사 기간이 끝나면 그나마 끼워 팔던 사은품은 구경 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월드컵이 끝나고 동시간대 벌어지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경기가 있다면 100% 야구 중계입니다.
야구는 일주일에 6일 경기를 합니다. 출근길, 등교길 지하철 역사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가판대에 놓인 스포츠신문 1면을 보면 언제나 전날 프로야구 경기를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케이블티비 에서는 그날 열리는 프로야구 4경기중 3경기를 중계방송 하고 매일밤 그날 그날의 프로야구 결과를 정리해 줍니다. 공중파 방송의 스포츠 뉴스의 헤드라인은 언제나 그날의 프로야구 결과입니다. 이쯤 되면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야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리그는 어떻습니까? 주중 컵대회가 없다면 일주일에 한번씩 경기를 치릅니다. 시간대도 일정하지가 않고 들쑥날쑥 하죠. 동시간대에 프로야구를 한다면 축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프리카티비나 다음팟 중계, 그나마도 지역 방송이나 구단 자체방송이 있는 경우에 가능 합니다. 프로야구 경기후 녹화 중계라도 해주면 감사한 일이죠. 그리고 일주일에 단 한번의 K리그 관련 방송. 그것으로 끝입니다. 눈물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프로야구가 프로축구에 비해 대중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적극적인 야구팬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잠재적 스포츠팬도 언제나 야구에 노출되기 때문에 야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축구는 정보를 원하는 축구팬의 적극적 행동만이 K리그와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 입니다.
맞는 비교인지 모르겠지만 공중파, 케이블 방송을 타며 자신을 알리고, 라디오나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아이돌 가수가 프로야구라면 미디어에 노출 되기 어려운 언더그라운드의 실력있는 가수가 프로축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더라도 어떤어떤 아이돌이 있고 그들의 생김새 대략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알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의 가수는 클럽에서 자기들의 노래를 부르며 이들을 좋아하는 매니아 들은 그들에 열광히지만 미디어에 노출 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중에게 다가가기가 어렵죠.
MLB파크의 불펜이라는 게시판은 야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관해 많은 글이 올라와 자주 가는 사이트 중에 하나인데 종종 축구와 야구 비교글이 올라옵니다. 축구팬의 불만의 대부분은 중계에 관한 부분입니다. 야구 방송국의 축구 죽이기다, 혹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프로야구 중계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축구 중계를 찾아 볼 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야구팬들은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 프로야구가 인기가 훨씬 많고 시청률도 잘 나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죠.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인기가 있기 때문에 미디어에 더욱 자주 노출 됩니다. 미디어는 새로운 팬의 유입을 용이하게 하고 팬의 증가는 프로야구 인기를 증가시키며 이는 다시 미디어의 노출빈도를 증가시키는 선순환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반대로 프로축구는 거의 언론에 노출되지 않죠. 새로운 팬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리그는 정체 됩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리그는 언론으로 부터 외면 당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고 일부 매니아들의 스포츠로 전락해 버리고 맙니다.
물론 축구를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건 축구장을 찾아 피치에서 뛰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건 상의 어려움 때문에 혹은 경기장을 찾기 낯선 이들에게 리그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은 중계방송입니다. 중계방송의 실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처참한 수준이죠.
그래도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한번씩 중계해 주는 리그경기라도 재미있게 방송해 주면 시청자의 눈을 잡고 리그의 매력을 알릴 수 있을텐데 우리나라 축구 중계방송 참 재미가 없죠ㅜ K리그를 재미없는 리그라는 인식을 심어준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중계방송 기술입니다.
야구 중계를 보고 있자면 과거에 비해 굉장히 발달 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양한 앵글, 수많은 기록과 자료를 제공, 적절한 시점에서 과거 영상이나 뒷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사이사이 제공 합니다. 이런 저런 요소들은 연결시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수많은 경기를 중계방송한 노하우와 투자가 뒷받침 되니 당연한 결과겠죠.
얼마전 영화배우겸 무술감독인 정두홍씨의 인터뷰에서 K리그 중계에 관하여 언급 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 예전에 제 아는 친구가 왜 K리그는 그렇게 재미가 없냐고 하더군요. 그때 마침 K리그 중계가 TV에 있었거든요. 다른 채널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재방송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집에서 두 방송을 틀어놓고 비교를 해가며 설명을 해주었죠. 카메라의 앵글, 그리고 카메라의 위치, 각 장면에 나오는 커트 수, 그리고 제작진의 축구에 대한 이해도. 그냥 간단히 말하면 한국 축구 중계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카메라도 좀 많이 설치하고, 상황들도 좀 다양하게 보여주면 훨씬 더 생동감 있는 화면이 되고, 생동감 있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똑같이 “뻥”하고 차더라도 프리미어리그는 풀샷 - 그 공을 놓고 겨루는 선수들의 클로즈 샷 - 다시 그 공을 향해 달려가는 미디엄 샷 등으로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K리그 중계는 그냥 풀샷 하나로 다 해결을 해버리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생동감이 떨어지지요.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땀 흘리며 뛰는데, 그걸 잡아내는 카메라들이 그걸 못 담아내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죠. 조금 더 투자를 하고 미리 미리 준비를 하면 훨씬 더 재미있는 축구중계가 되고, 그러면 분명 축구팬들도 경기장을 찾겠지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야구중계를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지금의 야구 중계는 예전의 야구중계랑 전혀 달라요. 카메라의 앵글도 정말 다양하고, 슬로우 모션 카메라, 그리고 뒷 이야기 등을 담는 ENG 카메라 등 정말 생생하게 경기를 담아내잖아요. 그런 걸 보면 우리가 기술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투자와 이해가 부족한 거 같아요. 지금 월드컵 중계권으로 방송사들의 다툼이 있는 거 같은데, 그거 이전에 축구 중계에 있어 투자와 이해와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
EPL의 역동적인 화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정말 어쩌다 한번씩 해주는 K리그 중계방송을 보면서 K리그는 재미가 없다,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느리다, 뻥축구다 하면서 무시해 버립니다. 참 억울하죠. 실제 경기장에서 보면 너무나 재미있는 경기들이 티비화면을 타면서 재미없는 수면제 축구로 전락해 버립니다.
위에서 잠깐 리그에서 재미있게 경기를 하는 팀으로 SK와 경남 성남을 예로 들면서 유럽리그의 재미없는 게임을 하는 볼튼 모나코와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최고의 중계방송 스킬로 포장됐지만 그다지 재미없는 유럽의 축구와 조잡한 방송 스킬로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들의 경기를 비교해 봤을때 방송사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 지고 중계 방송 기술이 향상 된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잘 포장된 리그 경기를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을텐데 너무도 아쉽습니다.
6. 이 선수의 이름을 아시나요?
사전 지식이 백지인 상태에서 티비로 축구경기와 야구경기 한경기씩을 보게 했을때 경기가 끝난 후 어느쪽의 선수를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의 답은 야구였습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 프레임이 고정돼 있다가 타격 후 혹은 아웃카운트를 잡을때 잠깐씩 경기장 전체를 비춰줍니다. 투수는 자기가 책임지는 이닝 동안 자신의 존재를 계속 노출시킵니다. 타자도 9이닝 동안 최소 3타석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새로운 타자가 타석에 들어가면 자막으로 선수의 이름과 함께 투수와의 상대전적 시즌타율 최근 몇경기 타율등 수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해설자는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을 하구요. 선수 한사람 한사람을 주목하다 보니 익숙해 지기가 쉽죠.
축구는 경기장 전체 화면을 기본적으로 비추다가 특정 장면에서 선수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형식입니다. 경기 시작전 선발 명단과 포메이션 소개 장면에서 잠깐 선수 이름을 접할 수 있고 경기가 시작 되면 보통 피치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나 슛팅을 날린 선수 경고 및 퇴장 당하는 선수 교체되는 선수 정도만 자막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야구와 축구의 경기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야구 쪽이 조금 더 선수에 익숙해 지기 쉬운 장점이 있는것 같습니다. 익숙함이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불러 일이킬 수 있는데 가령 거리를 지나다가 자기가 알고 있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자연히 시선이 쏠리고 관심이 가고 흥얼거리게 됩니다. 모르는 노래가 흘러 나오면 거의 신경 쓰지 않구요. 스포츠도 마찬가지죠. 알고 있고 익숙한 이름이 있는 팀에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선수의 이름을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몇번 안 되는 중계지만 티비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에게 각인 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들에게 선수를 계속 노출 시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언론에 외면 당하고 있는 현실이고 국가대표팀 선수가 아니라면 프로축구 선수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ㅜ 이번에도 문제는 언론의 편향된 태도로 귀결되고 말았네요 ㅜ
7. 스타플레이어
또 하나의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미디어와 관련된 부분이기도 하구요. 리그의 흥행을 이끌어가는 것은 스타플레이어입니다.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는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 시키고 관중들을 몰고 다니죠. 프로야구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이 최소 10년 가까이 팀의 간판 스타로 활약합니다. 반면 K리그에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었지만 그들의 상당수는 해외 각지로 흩어져 있습니다. 국내로 다시 돌아온 선수들도 많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야구 선수의 해외 진출은 고교 졸업 후 MLB에 스카웃 되어 가거나 국내 리그에 데뷔한 후 FA자격 요건을 갖추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야구 선수는 일단 프로에 입문하면 팀을 옮기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선수 트레이드(에이스 급의 선수를 트레이드 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죠)나 FA자격 요건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팀을 옮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야구선수는 최소한 9년 동안 국내 리그에서 머물며 전성기를 보냅니다.
야구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봤을때 실질적으로 전세계에 세개의 리그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일본, 미국 이죠. 세개의 리그는 KBO ->NBP ->MLB 로 이어지는 수준차이가 명확합니다. 과거에 비해 차이가 많이 좁혀졌지만 리그의 전반적인 수준이나 인프라에서 미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죠.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가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는 굉장히 드뭅니다. KBO 에서 MLB 로 직행한 선수는 전무하고 NPB에 그나마 몇몇 선수가 진출했지만 선동열, 이승엽, 임창용, 지금의 김태균 선수 정도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 하는데요. FA 제도가 생기기 전은 물론이고 FA 이후에도 해외진출 이라는 불확실성 보다는 안정적으로 리그에 머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는 리그의 스타플레이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리그를 위해서라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축구는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리그가 있습니다. 국내 선수 들이 진출 하는 리그도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아시아, 특히 J리그로 상당수가 진출 합니다. 축구는 야구에 비해 선수 이동이 활발합니다. 계약 기간 중이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이적료가 제시 된다면 각팀 에이스급 선수의 대형 이적도 낯선 일도 아니죠. 최근에 국내 프로리그에 데뷔하지 않고 해외 클럽의 유스팀에 들어가는 케이스가 많아졌지만 프로 선수로서 리그에 데뷔한 후 리그에서의 맹활약 혹은 각급 대표팀에서의 활약 후 해외 클럽의 오퍼를 받고 이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가 부족했던 것이죠.
한때 구름 관중을 몰고다니던 이동국, 고종수, 안정환 삼인방이 해외로 이적을 합니다. 2002년 월드컵 영웅들 이영표, 송종국, 김남일, 이을용, 이천수 선수가 해외로 진출합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축구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박주영 선수도 리그에서 박주영 신드롬을 일으키고 프랑스로 떠납니다. 쌍용으로 주목받던 기성용, 이청용도 유럽으로 날아갑니다. 그 밖에도 리그의 흥행을 이끌어야 할 국가대표급의 수많은 팀의 간판 선수가 유럽으로 일본으로 진출했습니다.
이번 2010 남아공 월트컵 대표팀 26인의 엔트리중 16명이 해외파이거나 해외 리그를 다녀온 선수들 이더군요. 아마도 월드컵 후 성적이 뒷받침 된다면 몇몇 어린 선수들이 다시 유럽으로 꿈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축구 스타들과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은 환영받는 분위기입니다. 온 국민의 관심사인 국가대표 축구팀의 경기력과 관련된 부분이고 늘어난 유럽파는 높아진 한국 축구의 위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떠나면 그자리는 새로운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해야 합니다. 새로운 스타를 만드는 것은 언론의 몫이구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언론은 리그의 스타플레이어가 떠나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끊어버립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한가지 재미난 상상을 해봅니다. 과거의 인기구단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우리 리그에서 전성기를 누렸다면 어땠을까요? 안정환, 송종국이 이끄는 부산 로얄즈, 고종수, 김두현 등 김호의 아이들이 이끄는 수원, 박주영 이영표 기성용 이청용의 안양, 이관우 김은중의 대전, 이천수가 있던 아시아 깡패 시절의 울산이 리그에 이었다면 장담하건데 매경기 관중들로 넘쳐나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것 입니다.
이상 축구와 야구의 차이를 몇가지 생각해 봤습니다. 다시 한번 골수팬이 아니라 처음 리그를 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음을 말씀드리구요. 사견이었지만 야구가 대중에게 익숙해질 수 있는 많은 요인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가장 큰 차이는 미디어의 관심입니다. 야구는 수동적으로도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프로축구는 그것에 목말라하는 팬들의 능동적인 행동이 요구됩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사방에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쏟아내는 아이돌 가수와 언더그라운드의 가수가 가지는 접근성이나 대중성이란 애초에 비교가 되지 않으습니다. K리그는 미디어의 관심과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정말정말 절실합니다.
우리 리그의 팀들은 이제 막 커나가는 어린 팀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인기 가수를 초대하는 일회성 이벤트보다 지역민들에게 특히 어린이 팬들에게 지역의 구단을 가슴에 새기는 마케팅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당장의 효과는 미약하더라도 10년 후를 내다보고 말이죠. 그런 점에서 상암 구단의 어린이팬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마케팅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당장은 프로야구가 프로축구보다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로축구에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죠! 언론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끌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대책 마련과 구단들의 지역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시간은 K리그의 편이 될 것입니다.
우리 K리그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말자구요~
출처 : 사커월드 보라양
http://soccer1.ktdom.com/bbs/zboard.php?id=soccer4u2&page=1&sn1=&divpage=8&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8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