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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패션 이야기

유니클로 마케팅

by forzalazio 2009. 12. 4.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 최고의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소니의 사장? 도요타의 사장?

세계 최고의 일본 브랜드를 떠올려볼 수 있겠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바로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60)이다.

 

 

그는 경제잡지 『포브스』가 뽑은 2009년 일본 최고 부자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기업체 닌텐도의 창업자 야마우치 히로시는 작년까지 1위에 있었지만 올해 들어 야나이 사장에 밀려 3위로 내려갔다.

 

그러나 야나이 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아니다. 와세다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그는 도서관보다는 재즈에 심취했던 인물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슈퍼마켓에 취직을 했지만 그마저도 일에 관심이 없어 10개월 만에 그만두고 고향인 야마구치 현에 돌아와 빈둥거리기도 했다. 일본 최고 대학이라는 와세다대학까지 나온 인물치고는 지나치게 야망도 없고 일에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양복점 점포를 물려준 것이다. 아버지는 짧게 한마디 남기셨다.

 

“뭐를 하든 1등이 되어라.”

 

그 후 야나이 사장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1984년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개업한 뒤 1999년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하면서 매출 1,000억 엔을 돌파했으며 다시 10년 만에 그는 일본 최고 부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유니클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유니클로야 가격이 싸니까 불황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유니클로 이전에는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하게 옷을 판 업체는 없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일본의 패션업체들은 끊임없이 가격 파괴를 단행했다.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하게 옷을 파는 곳은 과거에도 많고 지금도 많다. 하다못해 일본 시장에만 가도 유니클로보다 싼 옷이 수두룩하다. 결국 '싼 가격'은 유니클로가 성공한 핵심 이유가 절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에는 '고객에게 배은망덕을 할 수 없다'는 철저한 장인정신과 고객의 속마음까지 읽어내는 탁월한 마케팅이 있었다.

 

발군의 마케팅 1 = '모든 면'에서 고객을 만족시켜라

 

앞서 이야기했던 '유니클로는 싸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야나이 사장은 국내의 한 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가격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싸더라도 기능이 좋지 않고 패션이 떨어지면 옷은 팔리지 않는다. 유니클로보다 더 싸게 판 기업도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니클로 제품이 싸기만 해서 팔렸다고 보면 오산이다. (옷은) 기능, 패션, 저렴한 가격 모두 소중하다. 고객은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시원치 않으면 안 팔린다.”

 

결국 유니클로의 핵심적인 성공비결은 '값이 싼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유니클로가 히트시킨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출시 후 2,000만 장 이상 팔린 '히트텍'은 기능성 신소재로 만든 겨울용 내복이다. 몸에서 발산되는 수증기를 흡수해 열을 발생시키고 섬유 사이사이의 공기층이 열을 차단한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 그것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래지어 기능이 있는 민소매 여성 속옷도 마찬가지다. 당시 여성들은 이 혁신적인 기능에 열광했고 그것은 곧 유니클로의 '대박매출'로 이어졌다.

 

'싼 것이 잘 팔린다'는 불황기의 고전적 마케팅 이론은 이제 여지없이 수정해야 한다. 이는 경쟁상대를 바라보는 유니클로의 새로운 관점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야나이 사장은 “불황기에는 옷만이 아니라 PC, 휴대전화, 자동차 등도 경쟁상대가 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예산을 줄이기 때문에 이제는 '이 옷을 살 것인가, 저 옷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살 것인가, 옷을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황기에 소비자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가 주는 만족감'보다 '옷이 주는 만족감'을 더욱 높여야 한다. 당연히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지 않고는 선택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꼭 옷에 관련한 마케팅 전략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생필품, 문구용품, 공장부품 등 모든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불황기를 이겨나가는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발군의 마케팅 2 =고객의 내밀한 심리를 읽고 실천하는 장인정신

 

유니클로가 보여주는 고객 분석에는 탁월한 면이 많다. 일부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하류의 상(上)'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히트한 『하류사회』라는 책에서 연유한 말이다.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대부분 '하류'가 된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럼에도 심리적으로는 '상'이 되고 싶다. 자신도 하류임을 인정하기는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남들과는 좀 다른 '상'이 되고 싶다는 심리다. 이는 매우 적나라한 심리로 표현될 수 있다. '싸지만 싸구려가 아닌'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모순적인 심리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 의류제품이 바로 유니클로였다. 유니클로는 싸기는 하지만 절대로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야나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배은망덕하지 말라'고 말한다.

 

잘나가던 유니클로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2002년 당시 경쟁브랜드가 출연하면서 당기 순이익이 36%나 하락했다. 이때 유니클로에서 과감하게 실천했던 것은 다름 아닌 엄정한 품질관리였다. 야나이 사장은 “흠이 있는 제품을 판다면 이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은망덕이다”라고 천명하고 본격적인 생산관리에 들어갔다. 60여 개 중국 공장에서 이른바 '장인 프로젝트'를 실시한 것이다. 4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철두철미한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품의 질을 관리했고, 일본 본사에도 역시 70명이라는 디자이너들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뛰어난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을 보강할 수 있었고 이로써 결국 '싸지만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영적인 관점에서도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싼 것은 그만큼 원가가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싸구려 티가 날 수 밖에 없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싸지만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이라는 것은 곧 회사로서는 '적자 제품'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니클로의 예에서 보듯이 이러한 원론적인 경영 원칙도 이제는 새롭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발군의 마케팅 3 = 폭넓은 고객층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 전략

 

패션 브랜드는 대부분 자신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콘셉트이고 스토리이자 시장개척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폴로', '라코스테'라는 말만 들어도 소비자들은 특정하게 형성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에 따라서 제품을 선택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패션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브랜드 이미지'다. 또 로고를 최대한 노출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그런데 유니클로는 정반대 전략을 취한다. 오히려 로고를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유니클로는 남들이 다하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지 않고 오히려 정반대 전략을 구사할까?

 

어떤 면에서 오히려 이것이 바로 유니클로만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로고를 최대한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구매층을 엄청나게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니클로는 10대에서 50대까지 모든 연령과 계층에서 구매할 수 있다. 유니클로가 추구하는 것 자체가 '생필품 같은 옷'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마치 생필품 구매하듯이 옷을 구매한다. 한 번에 여러 개를 색상별로 구입한다든지,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출은 급격하게 신장된다.

 

또 다른 유니클로의 생산 전략은 바로 추가생산, 재고가 없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는  브랜드 콘셉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선순환'을 만들어내게 된다. 일단 시작은 이렇게 된다. 유니클로는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수요를 철저하게 예측하고 한 품목당 30일을 전후해 판매 기간을 정해놓는다. 매일 하루 단위로 철저하게 점검하고 집중적으로 세일즈를 하면서 거의 모든 생산품을 팔게 된다. 혹시라도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다른 제품을 끼워서라도 완전 소진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일단 이렇게 다 팔린 제품은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다시 생산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가 생겨난다. 바로 '유니클로에서 나온 좋은 제품을 놓치면 기회는 다시 없다'는 인식이 뿌리박히는 것이다. 이는 다음 제품의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유니클로에서 신상품이 나왔다'고 선전하면 곧바로 '다 팔리면 나는 살 기회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일단 사든 사지 않든 우선 매장에 들러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이야기다. 유니클로의 이러한 전략은 기존의 판매생산에 대한 원칙도 무너뜨리고 있다. 원래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면 더 찍어서 파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유니클로는 이러한 '상식'을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오히려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발군의 마케팅 4 = 고객이 선택하게 하라

 

유니클로가 보여주는 마지막 마케팅 전략은 바로 '고객이 선택하게 하라'는 것이다. 이는 유니클로가 탄생할 때부터 추구해온 전략이기도 하다. 야나이 사장은 미국에서 직접 경험했던 대학생활협동조합의 판매방식을 그대로 도입했다. 각종 의류를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고객이 알아서 하나 하나 조합해 자신의 패션을 완성하게 한 것이다. 점원은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오로지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일종이기도 하다.

 

실제 유니클로 매장은 하나의 거대한 창고를 연상케 한다. 패션에 관련된 거의 모든 기본 아이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객은 그곳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이는 패션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즉자적으로 만족시켜준다고 할 수 있다. 단품만 사면 불안하다. 집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옷과 매치될지는 집에 가봐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에서 매치가 끝나면 불안할 일이 없다. 당연히 종류별로 구매하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니클로는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의 경영관점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전략을 구축했다. 브랜드 전략, 원가와 제품의 질, 불황기 마케팅도 그렇다. 지금의 ‘일본 1위 부자 야나이 사장’의 쾌거는 바로 이러한 창의성에서 나왔다고 해도 좋다. [기업나라]

출처 : http://blog.naver.com/sjysjysj/140073185634 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