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J's 유용한 정보

"눈치 보여서…" 신종플루 직장인 "아파도 출근" 속앓이

by forzalazio 2009. 9. 1.

"눈치 보여서…" 신종플루 직장인 "아파도 출근" 속앓이

불경기에 상사 어려워 의심증세 있어도 치료 미뤄

[CBS사회부 윤지나 기자] 최근 신종플루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직장인 감염 의심 환자들이 급증세에 있지만 대부분이 1주일간 가택치료 처방을 받고도 상사 등의 눈치를 보느라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 모(27·여) 씨는 최근 열이 나고 목이 붓는 등 신종플루 의심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병원으로부터 "젊고 건강하니 며칠 쉬어보고 만약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해지면 다시 찾으라"는 처방을 받았지만 집에서 쉴 엄두는 내지 못했다.

지난 해 입사해 눈치 볼 상사가 많은 신입사원인데다가 최근 불경기로 회사 분위기까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익이 염려된 것이다.

결국 김 씨는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평소처럼 출근을 했고, 혹시나 자신이 신종플루 환자이면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경만 날카로워졌다.

김 씨는 "원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혹시 감염자일까봐 재채기가 나올 때마다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추가적인 검사 없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게끔 하는 것이 병원의 치료 지침이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직장 눈치를 보느라 출근을 계속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직장 내 '소리 없는 감염'이 우려된다.

신종플루 환자라는 확진이 있어야 병가가 가능하다며 간신히 검사를 받는다 치더라도 동네 병의원의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4-5일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은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원 이상현(31) 씨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잠깐 병원에 다녀올 수는 있겠지만 확진이 나오지 않는 이상 병가는 불가능하다"며 "여름휴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의심증상만 가지고 회사를 쉬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등 고위험군에게 신종플루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큰 직종의 경우, 관련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지만 별 다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중앙성심병원 좌훈정 전문의는 "지난 주 병원을 찾은 유치원 교사가 확진검사를 받아야 쉴 수 있다고 했지만 타미플루가 한정돼 있는 만큼 경미한 증상에 약을 처방할 수가 없었다"며, "최소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 전문의는 "진단서가 있어야만 병가가 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직장 관행이라 하더라도 신종플루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에서는 기업들도 자세를 유연하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두 명이 결근하는 것을 염려하다 한 부서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영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의협 신종플루 비상대책본부 위원 역시 “의료선진국의 경우 기업들도 BCP(사업계속계획)라고 해서 대유행 발생시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놓았다”며 “우리도 기업관행을 바꾸고 만약 안될 경우 정부가 나서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a13@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