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J's 空間

지단, 처칠, 시저, 김광규로 알아본 탈모와 성공의 상관관계

by forzalazio 2013. 9. 4.

탈모와 성공의 상관관계

 

 윈스턴 처칠, 지네딘 지단, 안드리 애거시, 브루스 윌리스, 김광규. 언뜻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

는 이들의 공통점은? 그렇다. ‘탈모(대머리)’되시겠다. 역사적으로 대머리들이 이룬 업적은 이루 말

할 수 가 없다. 영국 2차대전의 영웅 처칠은 물론이거니와, 지단은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98년 프

랑스월드컵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어쩌면 이들이 대머리 이었기에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몇 가지 예를 더 살펴보자.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리그에 라치오라는 명문 팀이 있다. 내가 15년째 서포팅하고 있는 팀이다.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 팀의 별명은 탈모군단이다. 팀의 주전 중 상당수는 대머리이며, 풍성한 숱을 자랑했던 선수조차 이 팀에 발을 딛는 순간 탈모가 시작된다. 2004년 불과 19세의 나이에 루마니아에서 온, 왼쪽 수비수 스테판 라두역시도 이적 직후 탈모대열에 합류하여 9년째 숱이 적어지고 있다. 어떤 날은 11명의 주전 선수 중 6-7명의 대머리들이 경기장을 누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선수들의 조직력은 리그 최고수준이며, 낮 경기 중엔 상대방 골키퍼 앞에서 머리로 햇빛을 반사시켜 시야를 흐린 후 득점에 성공하기도 한다. 팀의 성공에 열쇠를 쥔 탈모인 것이다.

 

 느그 아부지 모하시노?”로 유명한 배우 김광규는 30대 초반에 이미 심각한 대머리가 되었다. 무명배우였던 그는 맞춤형 가발을 쓰고 촬영한 프로필사진을 들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지만 단 한 통의 섭외 전화도 받지 못했다. 유명배우가 될 길도, 가난을 벗어날 길도 찾지 못해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발을 벗고 대머리 그대로의 상태로 오디션에 응시한 뒤 여기저기서 그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영화친구에서 중년의 무서운 선생님 역할로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4세에 불과했으며, 사정없이 뺨을 맞은 학생유오성은 김광규보다 실제 한 살 형이었다. 이후 김광규는 모든 드라마의 학생주임 역할에 1순위 캐스팅으로 출연할 수 있었다. 이게 다 대머리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로마의 위대한 영웅 율리우스 시저의 예다. 우리가 잘아는 월계관을 쓴 그의 모습은 사실 벗겨진 머리를 감추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그의 정적들이 그를 공격할 때 항상 대머리를 언급해 화를 돋웠다. 하지만 탈모로 고민하는 그를 안타깝게 여긴 연인 클레오파트라는 생쥐, 곰의 기름, 사슴의 골수 등의 치료제를 만들어 주었다. 대머리가 둘 사이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해준 것은 아닐까? 이 역시 대머리 덕분이다.

 

 나에게도 탈모가 찾아왔다. 최근 몇 달 사이 머리 숱이 1/3은 줄어든 것 같다. 심각한 걱정으로 입맛도 잃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다. 탈모전문병원, 피부과도 다 다녀보았다. 하지만, 탈모는 멈추지 않고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한 그의 질주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나의 팀 라치오의 중계를 보던 중이었다. 하늘색 유니폼위로 반짝거리는 대머리의 라치오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탈모는 이미 15년째 나와 함께 해왔다는 것을’. 그리고 마음이 편해졌다. 어찌되었든, 성공한 인생을 살 필요충분 조건 중 하나인 탈모가 이미 충족되었으니까 말이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