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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유용한 정보

'서울에서 끼어들기 100% 성공하는 법'

by forzalazio 2009. 8. 3.

한국, 특히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은 참 고된 일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차선변경은 스트레스 순위로 따지면 상위권에 위치할 것 같습니다.

 

차선변경이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내게는 ‘차선변경’이지만 남에게는 ‘끼어들기’ 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방금 전 내가 ‘차선변경’을 해 우회전 차선으로 가고 있다가도 누군가 우회전하기 위해 내 앞으로 차선변경을 하면 ‘어라, 어디서 끼어들어?’ 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에 ‘한 다른 나라’에서는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잘못해서 좌회전 차로인 1차로에 있다가도 ‘아차, 우회전해야 하는데’ 싶어서 우측 깜빡이를 켜면 나머지 2, 3, 4차로 차들이 모두 길을 양보해 줘서 불과 4, 5m 구간에서 1차로>4차로 차선을 옮긴 뒤 우회전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서울 강변북로의 영동대교 북단 진입램프(구리 방향)에 설치한 끼어들기 단속용 무인 카메라.

 

굳이 다른 나라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규칙이 있으니까요.

 

요즘 사람들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예전처럼 전투적으로 ‘차로 사수’하는 운전자는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차로변경, 남이 보면 끼어들기.

 

이것을 보다 쉽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보기에 한국이라는 사회는 어디를 가나 ‘태도’를 중요시 합니다. 하다못해 차로를 바꿀 때도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비교적 쉽게 차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회전을 하기 위해 맨 오른쪽 차로를 진입을 할 경우를 가정해 제가 GIF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봤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겸손한 차로변경’ 입니다.

 

먼저 차들이 줄을 서 있는 차로 옆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오른쪽 깜빡이를 켭니다. 그렇게 천천히 옆줄 차들 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다가 백미러로 뒤쪽의 빈 공간을 찾습니다.

 

빈 공간 바로 앞차 바로 옆으로 천천히 가다가 서서히 그 차보다 속도를 더욱 줄여 나가면서, 그 차의 뒷부분이 보이면 서서히 차를 오른쪽으로 틀어서 빈 공간으로 차를 진입시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뒤 따라 오는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서 앞차와 들이 받을 듯 공간을 잡아먹으며 ‘자리를 내 주기 싫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리를 내 주기 싫어하는 그 차 뒤로 다시 한번 시도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그 뒤차, 또 뒤차…….

 

이런 방법을 반복하다 보면 저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봐온 운전자 중 한 명은 반드시 자리를 내 주게 돼 있습니다. ‘불쌍해 보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자리를 내어준 운전자에게는 손을 흔들거나 비상깜빡이를 2, 3번 켜 줘서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다음 애니메이션은 종종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삿대질까지 오가기 쉬운 상황입니다.

 

먼저 차로를 바꾸려는 운전자는 빈 공간을 뒤에서 찾지 않고 앞에서 찾습니다.

 

저 앞에 가고 있는 차 앞으로 공간 여유가 보이면 그 곳을 향해 차 속도를 높입니다.

 

이 경우 경차나, 소형차면 더욱 만만해 보이겠죠.

 

내가 점찍은 공간을 향해 속도를 높이다가 운전대를 틀어 그 공간으로 진입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앞에 두고 줄을 서 있던 차량 운전자는 이 경우 뭔지 모를 ‘공격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 차가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방어한다는 생각에 함께 속도를 높여 끼어들 공간을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누구는 끼어들 줄 몰라서 줄 서는 줄 아나?’ 생각도 들겠죠.

 

이런 방법으로 차로 변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공간을 내어주는 운전자가 느긋하신 분이거나 다른 곳에 잠시 한눈을 팔고 있는 경우라면 말이죠.

 

하지만 ‘다양한 성품’을 가진 운전자가 많기 때문에 창문이 내려가고 내려간 창문 저쪽에서 험한 눈빛이나 때로는 욕설이 넘어오는 것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순간 그 차로에 줄 서 있던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인심을 잃기 쉬운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 하려는’ 모습을 본 뒤 운전자들도 선뜻 자리를 내 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예전에 한 심리학책에서 봤습니다.

 

똑 같은 크기의 어항에 금붕어를 2, 3마리 넣어뒀을 때와 20, 30마리 넣어뒀을 때 금붕어들의 행동을 관찰했답니다.

 

2, 3마리가 있던 어항속의 금붕어들은 천천히 평화롭게 어항 속을 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20, 30마리가 있던 어항 속은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금붕어들이 불안한 듯 빠르게 이리 저리 오가며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운전하기. 어찌 보면 30마리 금붕어가 담겨 있는 어항 속과 비슷합니다. 최대한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게,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길인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www.journalog.net/internet/15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