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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유명인 이야기

지루한 라치오"가 급상승한 이유

by forzalazio 2010. 12. 29.

칼쵸2002 2011년 1월호에 실린 로베르토 푸사로 씨의 글입니다.







미디어에서 칭찬하는 축구 스타일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패스를 중시하는 점유율축구,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서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서 전방에서의 격한 플레이나, 수비라인을 높게 유지하는 팀을 한데 합친 스타일도 "스펙터클"이라는 이름 하에 훌륭한 팀이라고 칭찬받고 있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공격축구는 결과를 내기 위한, 수많은 방법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축구가 아름다운가, 공격적인가 하는 부분은 강함이라는 본질과는 다른 부분인 것이다. 그 점을 간과하는 "공격축구만이 유일무이한 정답"이라는 생각은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사람의 무책임한 사고방식이다. 진심으로 승리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스펙터클함 만을 중시하는 전술 같은 건 채용할리 없다. 승리만을 노린 결과로 일반적인 스펙터클과는 정반대의 축구에 다다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리고 그걸 반드시 "지루하다"라고 할 수는 없다. 공이 어느쪽으로 기울지 모른다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한다.

이번 시즌 개막부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라치오는 스펙터클함을 바라는 팬들에게는 지루한 팀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수비진은 자기 진영에서 빈틈없이 있고 미드필더들은 리스크가 없는 백패스 같은 패스만 한다. 공격은 다이렉트패스나 원투패스가 적고, 전방의 재능 있는 선수가 단독 드리블 돌파로 활로를 찾는 정도. 공격도 수비도 정통파 방식. 그런 축구를 전개하는 선수들을 팔짱 낀 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노장 에두아르도 레야에게는 팬들에게 스펙터클함을 보여주겠다는 기색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런 라치오가 상위권에 있는 것에는 역시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치오의 경기를 잘 관찰해보면 거기에는 세밀한 계산에 기초한 "이기기 위한 축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쓸데 없는 리스크를 가능한한 배제하면서 효율적으로 승리에 필요한 득점을 올리는 시스템이 레야의 축구에는 들어있는 것이다. 레야가 라치오의 감독으로 취임했던 것은 지난 시즌 도중의 일이었다. 발라르디니의 후임으로서 오퍼가 들어왔을 때, 그는 하이두크 스플리트 감독으로서 크로아티아에 있었지만 몇일간 고민한 끝에 오퍼를 받아들였다. 라치오는 개막부터 하위권에 있었고 주력 선수인 고란 판데프나 크리스티안 레데스마가 프론트와 충돌하는 등 내분도 있었다. 초반 경기를 끝낸 시점에는 목표를 세리에A 잔류로 설정해야하는 상황. 하지만 레야는 이 "패전처리"를 받아들였다. 그런 결정은 "팀 편성에도 권한을 행사하는 감독"으로서의 오퍼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감독은 프론트에서 고른 선수들로 경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라치오는 레야에게 큰 권한을 부여했다. 독단적인 회장으로 알려져있는 클라우디오 로티토가 타인에게 권한을 완전히 맡기지는 않는다. 수가 틀리면 곧바로 해임할테지만 그럼에도 해임될 때까지는 전권을 쥔 감독이란 것은 이탈리아인 감독에게 있어서는 큰 매력이었을 것이다.

로마에 도착한 그는 바로 팀 혼란을 수습하고 1월 메르카토에서 자신의 팀을 구축하는데 착수했다. 1월에 대규모의 보강을 하는 팀은 초반에 비틀거렸던 팀밖에 없다. 라치오도 그런 전례를 따라 주변에 나온 선수들을 수집했던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레야의 신의 한수였다. 그 증거로 그쯤 영입했던 쥬세페 비아바, 안드레 디아스, 세르지오 플로카리, 세 선수들은 레야의 축구에서의 키맨으로서 라치오의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라치오는 팀 전체가 지나치게 끌어들이는 플레이를 하고 있고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기만 하며 앞으로 나서려는 적극성이 부족하다. 확실히 이것만 본다면 지루하다는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비라인과 수비형미드필더가 숏패스로 볼을 돌리는 동안, 그들이 전선의 움직임을 제대로 쫓아가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라치오의 공격을 움직이는 것은 사령탑인 크리스티안 레데스마 만이 아니다. 오히려 공격의 기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두명의 센터백이다.

비아바와 디아스는 공중전과 맨마크에 뛰어난 스토퍼 타입의 수비수이지만, 양쪽 모두 30메터 정도의 중거리에서도 강한 패스를 정확하게 날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소극적인 볼 돌리기는 어금니를 감추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수비라인에서의 종패스를 신호로 분위기가 바뀌고, 한번에 개인기로서 승부를 거는 공격. 그것이 라치오의 강함의 비결이고, 지루한 레야식 축구가 숨기고 있던 스펙터클함인 것이다.
통상 카운터는 빼앗은 공을 깔끔하게 전선으로 공급하고 상대의 수비태세가 갖춰지기 전에 슛까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치오의 카운터는 상대가 확실히 정비를 갖춘 수비조직에 완급을 살려 파고들고, 마지막으로는 공격진 개인기로 마무리 짓는다. 도박성이 짙은 전술이긴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사라테나 에르나네스 같은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나 플로카리 같은 득점력을 무기로 삼는 선수들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멋대로인 플레이로 비판 받던 사라테가 이번 시즌 들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이 인정받고 모티베이션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드필더 중 스테파노 마우리도 레야 밑에서 그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선수이다. 만능형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볼에 관여하는 타입은 아닌 마우리는, 프리런이나 전방 압박을 중시하는 세간의 스펙터클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스트라이커에 뒤지지 않을만큼의 후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플레이에 관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공이 흘러나온 공간으로 침투해들어가서,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운동량은 결코 많지 않지만 레야는 그걸 마이너스요소로 보지 않았다.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여서 지켜낸다는 컨셉에서는 전방에서의 압박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마우리는 자기 감각을 믿고 때를 위해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라치오가 개막 수위권 진입에 성공했을 때 평론가들 다수는 "수비적이고 전방에서 개인기에 의존한다"라는 이유를 붙이며 "기세가 오래가긴 어렵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비적이고 전방에서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을 절대악으로 취급해온 그들이 틀린 것이다. 노감독 레야는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것처럼 지루한 축구를 했던 것처럼 보인다. 몇년전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던 파비오 카펠로가 지루한 축구로 스페인 리그 우승을 이뤘고, 그 후 "지루하니까"라는 이유로 해임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 카펠로는 1946년 프리울리주의 고리치아 근처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레야는 1945년에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둘은 선수로서 커리어도 함께 시작했던 동료였고, 지금도 가족전체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젊은 시절 축구 이론을 서로 나누는 장면은 쉽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레야와 카펠로의 "지루한 축구"는 스페인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걱정은 없다. 칼쵸의 나라에서는 승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출처 : http://www.serieamania.com/xe/?mid=calcioboard&page=4&document_srl=624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