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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하루키 이야기

강치

by forzalazio 2009. 1. 5.
강치



강치는 고독했다.

친구가 없기 때문은 아니다. 몇 명의 친구가 있었고, 함께 마작도 했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여, 따져 보면 승패가 거의 비슷했다. 이따금 술을 마시는 데 불려가기도 한다. 여자 친구도 있었다. 두 시간 동안 다섯 번이나 섹스를 할 수도 있었다. 한 시간당 2.5회이므로, 강치의 평균 횟수에 비하면 어지간한 편이다. 하긴 강치에게는 전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그다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또 배가 고파서도 아니다. 전갱이 따위는 닥치는 대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치는 고독했다. 바다에 떠올라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강치는 자신이 강치인 데에 대한 무한한 허무감을 느끼는 것이다.

`왜 나는 강치인 것일까` 하고 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녀석이 요즘 이상하다는 소문이 강치들 사이에 이내 퍼졌다. 원래 강치들의 세계는 너무 좁아서 소문은 금방 퍼졌다.

"지난번에 마작을 할 때에, 천화를 올리고 있으면서도, 그 녀석은 더블 리치를 걸고 있었다구" 하고 한 마리가 말했다.

"아니, 지난번에는 롯폰기의 교차로에서 차에 치일 뻔했어"하고 또다른 강치가 말했다.

대선배인 강치는 걱정이 되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쓸데없는 참견인지도 모르겠지만 뭐라고 할까, 모두들 걱정을 하고 있기에...."

"네.."하고 강치는 말했다.

"아니, 저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러니까... 고민거리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네.."

"배가 고파서 그런 것도 아니지?"

"배불리 먹고 있습니다."

"마스터베이션이라든지, 그런.."

"여자는 있어요."

대선배인 강치는 단념하고 전화를 끊었다.

"잘 모르겠는데 뭔가 고민이 있는 모양이야" 하고 대선배인 강치는 다른 강치들에게 말했다.

"곤란하군요"하고 모두들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요, 강치 축제라도 벌입시다"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아,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말했다. 강치라는 동물은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강치 축제를 벌인다.

강치 축제는 사흘 동안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그것은 실로 성대한 축제였다.




*전 이제 고독하지 않아요.
아직 고독하지 않을지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