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년..은행들 "교훈도 얻었다"
기사입력 2009-09-02 06:07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 5대 은행의 부행장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낀 교훈 중 하나다.
2일 연합뉴스가 금융위기 1년을 맞아 5개 은행의 전략 담당 부행장을 대상으로 위기를 겪은 소회와 교훈 등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이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 은행 고유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점을 배웠다고 답했다.
◇"외화유동성.평판 악화..가장 힘든 기억"
5명의 부행장들은 모두 금융위기로 인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외화유동성 악화를 꼽았다.
하나은행 김병호 부행장은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급변과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으로 국내 은행이 외화유동성과 외화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자체 신용으로는 달러를 빌릴 수 없게 되자 정부와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한국은행으로부터 수혈받은 달러로 연명하기도 했다.
부행장들은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일부는 은행에 대한 외부 불신이 높아진 점을 아픈 기억으로 들었다. 국민은행 최인규 부행장은 "돌이켜보면 국내 몇몇 우량 은행은 자체적으로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지만, 외부시장이 인식하는 위기의 정도가 너무 컸기 때문에 대응이 어려웠다"며 "은행권의 평판 리스크가 높아진 점이 가장 힘든 점 중 하나였다"고 토로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국내 은행에 대한 외부의 불안감이 높아져 은행 스스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은행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도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비올때 우산뺏기식'의 영업 행태,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등이 한꺼번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탓이다.
◇"은행 위기 탈출은 아직..."
부행장들은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온 덕분에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외환은행 장명기 수석부행장은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파생상품이나 증권화 상품 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았고, 정부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은행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금융위기를 비켜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끝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중한 입장이었다.
신한은행의 김형진 부행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과 매출 부진으로 내년에도 기업의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른 부실 및 충당금 증가는 후행적으로 은행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은행의 최 부행장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국내 거시경제 지표가 위기 이전으로까지 회복했고 은행의 신용도도 회복돼 해외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외화유동성도 풍부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한때 855bp(100bp=1%)에 달했던 5년 만기 국민은행 채권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8월 5일 기준 140bp까지 낮아졌다.
◇"은행 본연의 기능 충실해야"
위기를 통해 배운 교훈은 저마다 다양했지만, 은행의 본분과 기능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또 위험관리의 중요성과 무리한 자산성장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외환은행의 장 부행장은 "규모만 크다고 최고의 은행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은행들의 경영전략도 외형보다는 내실 위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부행장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하나은행의 김 부행장은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금융업에 종사하려면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는 금융 소비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가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의 김 부행장도 "고객들은 펀드와 같은 금융 투자 상품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은행들은 상품을 팔 때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고객의 가치를 높여야 장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무리한 자산 경쟁은 지양해야 하지만, 글로벌 은행으로의 도약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김계성 부행장은 "은행의 본래 역할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권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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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 5대 은행의 부행장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낀 교훈 중 하나다.
2일 연합뉴스가 금융위기 1년을 맞아 5개 은행의 전략 담당 부행장을 대상으로 위기를 겪은 소회와 교훈 등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이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 은행 고유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점을 배웠다고 답했다.
◇"외화유동성.평판 악화..가장 힘든 기억"
5명의 부행장들은 모두 금융위기로 인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외화유동성 악화를 꼽았다.
하나은행 김병호 부행장은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급변과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으로 국내 은행이 외화유동성과 외화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자체 신용으로는 달러를 빌릴 수 없게 되자 정부와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한국은행으로부터 수혈받은 달러로 연명하기도 했다.
부행장들은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일부는 은행에 대한 외부 불신이 높아진 점을 아픈 기억으로 들었다. 국민은행 최인규 부행장은 "돌이켜보면 국내 몇몇 우량 은행은 자체적으로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지만, 외부시장이 인식하는 위기의 정도가 너무 컸기 때문에 대응이 어려웠다"며 "은행권의 평판 리스크가 높아진 점이 가장 힘든 점 중 하나였다"고 토로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국내 은행에 대한 외부의 불안감이 높아져 은행 스스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은행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도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비올때 우산뺏기식'의 영업 행태,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등이 한꺼번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탓이다.
◇"은행 위기 탈출은 아직..."
부행장들은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온 덕분에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외환은행 장명기 수석부행장은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파생상품이나 증권화 상품 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았고, 정부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은행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금융위기를 비켜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끝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중한 입장이었다.
신한은행의 김형진 부행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과 매출 부진으로 내년에도 기업의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른 부실 및 충당금 증가는 후행적으로 은행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은행의 최 부행장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국내 거시경제 지표가 위기 이전으로까지 회복했고 은행의 신용도도 회복돼 해외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외화유동성도 풍부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한때 855bp(100bp=1%)에 달했던 5년 만기 국민은행 채권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8월 5일 기준 140bp까지 낮아졌다.
◇"은행 본연의 기능 충실해야"
위기를 통해 배운 교훈은 저마다 다양했지만, 은행의 본분과 기능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또 위험관리의 중요성과 무리한 자산성장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외환은행의 장 부행장은 "규모만 크다고 최고의 은행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은행들의 경영전략도 외형보다는 내실 위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부행장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하나은행의 김 부행장은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금융업에 종사하려면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는 금융 소비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가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의 김 부행장도 "고객들은 펀드와 같은 금융 투자 상품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은행들은 상품을 팔 때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고객의 가치를 높여야 장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무리한 자산 경쟁은 지양해야 하지만, 글로벌 은행으로의 도약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김계성 부행장은 "은행의 본래 역할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권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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