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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경제 이야기

‘몸집 커진’ 저축은행…지방은행 버금가네

by forzalazio 2009. 10. 24.

‘몸집 커진’ 저축은행…지방은행 버금가네

한겨레 | 입력 2009.09.29 21:10 | 수정 2009.09.29 22:30

[한겨레] 활발한 인수합병 '대형' 변신…영업권역 '전국구' 넘봐


전체 자산 10년새 190% ↑…"리스크 관리능력 키워야"

저축은행의 몸집불리기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지간한 지방은행에 버금가는 대형 저축은행이 탄생하는가 하면, 영업 권역도 일부 지역을 넘어서 '전국구'를 넘보는 저축은행마저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과거엔 꿈도 꾸지 못한 국외 진출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 인수ㆍ합병 활발히 진행

한국저축은행그룹 자회사인 영남저축은행은 대구에서 영업중인 엠에스(MS)저축은행과 조만간 합병할 예정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그룹도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관리 중이던 예한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로써 두 저축은행그룹의 총자산은 각각 8조5000억원, 4조9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현재 총자산이 3조원을 넘는 저축은행은 부산·한국·솔로몬·현대스위스·토마토·제일저축은행 등 모두 6곳에 이른다.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의 총자산(2조8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주요 저축은행의 몸집이 커진 건 최근 3~4년간 업계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된 탓이다. 현재 부산저축은행그룹과 자산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저축은행그룹이 대표적이다. 한국저축은행그룹은 지난 2000년 초만해도 총자산이 2500억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진흥·경기·영남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그룹 연결 총자산이 8조1719억원까지 커졌다. 10년 사이에 덩치를 40배나 불린 셈이다. 영업권역도 서울, 경기, 부산 등으로 넓혔다.

신호선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차장은 "대형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실에 빠진 저축은행과 상대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했던 저축은행 간의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살아남은 저축은행의 덩치가 커지는 흐름이 수년째 이어졌다"면서 "여전히 예금보험공사 관리를 받거나 자생력이 떨어지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적지 않아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저축은행 숫자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점포수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83년 기준으로 249개에 이르던 저축은행 수는 지난 6월 말 현재 106개로 줄어든 상태다. 이와는 달리 지난 2004년 229개이던 점포수는 지난 6월 말 현재 306개로 4년여 만에 33%나 늘어났다.

■ "리스크 관리 능력 키워야"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진 영향도 컸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업권의 전체 자산 규모는 최근 10년 새 190%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전체 자산 증가율(111%)은 물론이고, 경제 규모(GDP) 증가율(57%)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몸집이 커지자 국외나 타업권 진출을 노리는 저축은행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증권사를 설립했고,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같은 해 자산운용사를 세우면서 자본시장에 진출했다. 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지난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상업은행을 설립하는 등 일부 저축은행들의 국외진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권정구 전략기획실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전통적인 소매금융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추가적인 국외 진출 등 수익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어난 몸집에 걸맞게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태경 금감원 팀장은 "부동산 기획(PF) 대출 등 대출 경쟁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의 몸집이 커졌다"면서 "대출 경쟁으로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에 빠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어, 커진 몸집을 감당할 만큼 리스크 관리 등 실력을 키우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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