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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경제 이야기

출구전략,중요한 것은 시기

by forzalazio 2009. 10. 20.

[경제시평―안순권] 출구전략,중요한 것은 시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각국 정부가 취한 파격적인 금리인하와 통화·재정 확대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습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주요국 중 가장 빨라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회복세가 가장 빠른 국가답게 우리나라는 위기극복을 위해 투입한 대규모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도 이스라엘에 이어 가장 빠르게 추진할 태세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후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면 연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요국은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거나 회수함으로써 사실상 출구전략을 시행 중이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경기회복세가 더디고 부동산 가격이 겨우 바닥을 친 미국·영국 등은 내년 하반기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면성 있는 기준금리 인상

반면 한은은 위기 이후 공급했던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거의 대부분 회수한 데 이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 물가, 국제공조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차원의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우리 경제에 끼친 해악을 생각하면 금리를 인상해서라도 막겠다는 한은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옳다. 시중자금이 실물부문으로 원활히 공급되지 않고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 자산 거품의 잉태로 경제체질이 약화된 가운데 또다시 외부 충격이 올 경우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휘청거릴 수 있다.

그러나 출구전략은 시행시기에 따라 효과가 다른 양면성이 있다. 늦으면 자산 시장 거품을 조장할 수 있으나 30년대 미국의 대공황,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사례에서 보듯 너무 일찍 시작하면 더블딥 우려가 있다. 세계경제는 전례가 없는 강력한 국제공조로 회복되고 있는데 출구전략에서 공조에 균열이 발생하면 회복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 24일부터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서는 출구전략에 대해 각국이 협조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 회복의 관건인 수출증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글로벌 경기회복의 모멘텀 유지에 협조하는 것이 실리일 수 있다. 경기회복세가 가장 빠른 만큼 출구전략을 앞서 시행은 하되 국제공조의 틀 속에서 조금 앞서가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

반면 정부가 출구전략의 시기상조론의 타당성을 높이려면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행하여 한은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중소기업의 대출 완화와 같은 양적 완화 조치와 고용유지 지원금 등의 비상적인 재정지출을 축소하여 자산시장 거품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과 장기투자상품 개발을 적극 유도해 시중 유동성이 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동향 주시해야

한편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내수부문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미약하여 투자, 고용 회복을 위해서는 여전히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 필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의해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데다 향후 다양한 후속 대책이 나올 경우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치닫기는 어려울 수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부동산 시장 거품을 제거하려다 자칫 가계의 부채상환부담 증가와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초래, 경기회복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한은이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연내 한 차례 소폭 금리를 올려 부동산시장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낼 수도 있고 경기와 국제공조를 감안하여 내년 상반기로 미룰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책 당국 간의 충분한 대화를 거쳐 국내 경기와 부동산시장 및 국제공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우리 경제에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안순권(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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