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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s News

닭도리탕 어원논란, 도리는 우리말? 이외수

by forzalazio 2012. 2. 24.

 

최근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상식의 허실-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닙니다. 참고하시기를"이라는 글과 함께 한 누리꾼의 주장이 담긴 게시물(http://j.mp/yljwKT)을 링크했다.

링크된 게시물에는 ""외보도리(오이를 잘게 썰어 소금에 절인 뒤 기름에 볶아 만든 음식)에서 보듯이 '도리'는 순수 우리말로 '잘라내다'라는 말이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외수는 이 게시물을 토대로 닭도리탕에 쓰이는 '도리'란 말은 일본어 '새(とり)'를 뜻하는 것이 아닌, 닭을 '잘라' 만든 탕이라는 뜻으로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트위터를 통해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とり'에서 온 것이라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다"고 밝혔다. 또 '도리다'는 말에서 '도리'라는 단어가 온 것 같다는 주장에 대해 "'도리다'는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라는 뜻으로, 논란이 된 '닭도리탕'은 닭을 도리는 것이 아니라 자르거나 토막 내는 것이므로 '도리다'가 쓰였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외수의 닭도리탕 논란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외수 왜 이러나, 닭도리탕은 도리탕에 닭이 추가된 말이다. 우리말 도리는 도려낸다는 의미로 닭 조각으로 만든 도리탕과는 일치하지 않는다(@yul**)" "이외수가 한마디 하면 쓰러지는 맹종자들, 우리말이 아닌 것을 억측으로 우리말이라 끼워놓으면 어떡하나(@vic**)" "이런 논쟁 별 의미없어 보인다(@jam**)" 등의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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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yormiony2님의 글 >

어떤 말의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어원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을 수는 있으나
,

이렇게 엉터리로 근거 미약한 주장이 권위 있는 지식인 양 퍼져 나가는 걸 직접 목격하는 건 드문 일인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를 언급해야 할지 아득한,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사건의 전말>

 

 

국립국어원에서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로 '새, 닭'을 뜻하는 'とり'라고 보고, '닭볶음탕'으로 바꿔 쓰도록 했다.

(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자료실-연구 보고서-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1997년)

'도리'가 고유어라는 주장은 국어원에도 몇 번 접수됐던 것이지만, 그럴 듯한 근거가 함께 제시되지 않아서

지금까지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을 해 왔다.

 

 

 이 내용이 CBS의 퀴즈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어떤 청취자가 이 '도리'가 고유어라는 설을 CBS 게시판에 올렸고,

이 질문을 CBS 아나운서가 '국립국어원'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한글학회' 홈페이지에 다시 올려 확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어떤 누리꾼이, 이 내용이 한글학회의 답변인 것처럼 퍼 날랐다.

 

 

 

 

 

 

그러자 유명 작가(수염 나신 분)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다시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국어원 트위터는 난리 남.

 

 

 

 

 

<뭐가 문제냐면>

 

 

1. '도리'를 고유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미약함('도리다'의 의미 문제, 어간 '도리-'에 명사가 붙는 조어법 문제, '도리' 들어간다는 단어의 신빙성 문제, 순화 시기 문제 등)

   1) '도리다'는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라는 뜻으로, '종이를 가위로 도리다/사과의 상한 부분을 도렸다'처럼 쓰이는 말.

       문제되고 있는 음식은 '닭'을 토막 내는 것이므로 도려 내는 것과는 다르다.

   2) 어간 '도리-'와 명사 '탕'이 바로 연결되는 것은 국어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결합.

      '고아서 만든 탕'이 '고탕'이 아니라 '곰탕'이듯이,

       만약 '도려내서 만든 탕'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도림탕'이 되지 '도리탕'이 되지는 않음.
       이런 구조보다는 명사 '도리'가 명사 '탕'과 붙어 '도리탕'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임.

       (15세기 동사라면.. 뭐.. 어간+어간 결합 했음. 트랄라. 예컨대, '찍어먹다'는 '딕먹다'였음. 딕먹는 퐁듀.)

   3) '도리'가 들어간 단어라고 언급된 것 중 '외보도리'라는 것 말고는 거의 확인이 되지 않음.

       확인되는 경우도, '닭도리탕'과는 별로 일치하는 부분이 없는 식품.

       예컨대, '외보도리'는 오이로 만든 식품으로서, '외-보도리'로 형태 분석됨.

       '토끼도리탕' 등을 제시한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닭도리탕'에서 유추된 명칭으로 보임.

   4) 주장에서, 2000년대 들어 이 말을 일본어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하는데, '닭볶음탕'으로 순화한 것은 1997년.

   5) 하나 더, '부분'을 뜻하는 옛말 접사 '-도리'가 아니냐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도 합리적이지 않음.

       '아랫도리, 윗도리' 등에 쓰인 말인데, '닭도리'라고 어떤 개체의 전체를 가리키는 말과 어울려 쓰는 것이 비합리적이고,

       '닭도리탕'이 닭의 일부분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아니므로 이 말이 쓰인 것일 가능성은 희박함.

 

 

2. 한글학회와 국립국어원을 혼동하고 있음(권위나 역할 문제는 둘째치고, 애초에 단체 자체를 혼동하고들 있어.)

 

3. 한글학회 게시판의 질문과 답변을 혼동하여 잘못된 사실을 퍼 나름

 

4. 퍼 날라진 글을 다시 읽어보기만 해도 한글학회의 답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냥 퍼트림

 

5. 이 내용을 가지고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주장

     (날조된) '한글학회'의 의견은 연구자들의 권위를 인정하여 받아들이며 열심히 퍼나르면서,

     국어/언어 전문가들이 오래 연구하고 고민해서 내놓은 국어원의 견해에 대해서는 왜 그렇지 않은지..?

          +) 사실 한글학회에서도 이런 글을 올린 바 있다. 국립국어원의 의견과 같은 내용이다.

         (이런 거까지 뜻이 갈릴 정도로 국어학계가 엉망이지는 않을걸)

 


 

 

 


 

 

<추 가>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출간된 "해동죽지(海東竹枝)"(문신·서예가 최영년(崔永年)의 시집)라는 책에

'도리탕(桃李湯)'이란 요리가 나온다고 한다.

이것을 '도리'가 고유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한 칼럼이 있는데, 원전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칼럼에 인용된 내용만 봐도,

오히려 이 내용은 '도리'가 고유어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칼럼에 언급된 관련된 내용과 링크

 

 

인용문 두 번째 단락에 '도리탕'을 '계확'이라는 한자어로 풀어 쓴 것이 보이는데,

그 아래에 보면 '확'은 탕이나 국과 유사한 음식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다.

 

즉, '도리탕'을 '계확'이라고 한역한 것은, '도리'를 '닭'으로, '탕'을 음식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 본 것이다.

 

또, 이때까지 '닭도리탕'이 아니라 '도리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현재도 사전에 같은 뜻의 '도리탕'이 올라 있음.)

'도리탕'으로 쓰다가 '닭'이란 뜻이 드러나지 않아 앞에 '닭'을 붙인 것이라는 ('모찌떡'처럼) 추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책에 '도리탕' 한자로 올라 있는데, 이에 대하여 칼럼의 저자는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문으로 쓰인 책에서 '도리'를, 미를 가진 한자로 바꿔 쓰지 않고 음차하여 쓴 것은, 이것이 고유어가 아님을 방증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형태를 그대로 나타내기 위해 음역어를 써서 '도리탕'이라 한 것으로 보이는데,

'도리'가 고유어였다면, 그 말의 뜻에 해당하는 한자로 적었을 것이지, 굳이 음역어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를 다시 한문인 '계확'으로 쓴 것을 보면, 저자는 '도리'를 '닭'을 뜻하는 외래어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출처 : http://www.cyworld.com/yormiony2/7744993